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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끄집어낸다, 꼼꼼하게 비워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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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건축가상’ 수상 김세진 소장
완도 해양체험관-체부동 문화센터… 원래 그 자리 오래된 건물처럼 설계
“종이 위에 자신의 역량 쏟아내고 조금씩 나아가면 언젠가는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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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지요건축 소장은 “땅과 건축주를 마주한 뒤부터 종이 위에 무언가를 처음 그려내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건축가는 잘 비워놓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성 들여 비워놓은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채우는지에 대해 건축가가 관여할 수는 없다. 실물의 표피가 아닌 공간을 눈여겨보아 달라는 바람 또한 무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의 올해 수상 세 팀 중 하나인 지요건축사사무소 김세진 소장(42)은 표피와 외양의 치장에 거리를 두고 꼼꼼히 비우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인물이다. ‘종이의 쓸모가 사라질 것’이라는 무책임하고 섣부른 미래 예측이 나도는 시대에 ‘종이의 집요함(지요·紙拗)’이라는 표제를 사무소명으로 내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 작업의 결과물은 입체의 공간이지만 설계의 출발, 진행, 완료는 모두 평면의 종이 위에서 이뤄지고 기록된다. 건축주의 의지와 자본, 시공자의 기술과 노동 사이에 자리한 건축가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영역은 바로 그 종이 위라고 생각한다. 더욱 집요해야 하는 시간은 종이 위에 무언가를 끄집어내 표현하고 기록하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김 소장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나 그 초안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찾은 하나의 길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건축주와 소통하고 땅을 관찰한 뒤 고민해야 하는 모든 것을 최대한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자신이 그 땅에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은 하나뿐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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