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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천장을 싫어하시는 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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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천장 -  천장재를 뜯어내고 배관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여 개방감을 보여주는 공법이지요.
배관이 드러나다보니 시스템 에어콘이나 흡배기시설을 설치하기 쉽고 천장재를 생략함으로써 비용도 절감됩니다. 개업과 폐업이 잡초처럼 빠른 한국 자영업계의 현실에 적합한 까닭인지 몇년 새 무척 늘어났습니다. #인더스트리얼 #노출 콘크리트

저는 이 노출천장을 드러낸 음식점을 꺼립니다.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쥐죽은 듯 조용한 것 보다는 적당히 웅성웅성대는 소음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이런 종류의 소음(카페 소음, 화이트 노이즈)을 담은 영상들이 재생순위가 높지요. 반면에 이 노출천장을 가진 공간은 그런 적당한 소음이 아닌 귀를 때리고 둥둥거리고 메아리쳐 때린 데 또 때리는 소음을 선사합니다.

텍스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
-웅우웅 - 가아아악갸아아아앙 -윙이위윙 - 디잉동똥똥옹똥띵똥옹똥똥똥 -바아바아바아바아바아바 -우어어엉와아아아아앙 -스와스와샤샤

전통적인 라운지바나 호텔 로비의 카펫이나 천장재 등은 사람의 발걸음의 충격을 흡수해주고 흡음해주어 적당히 조용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배치된 가구나 테이블, 쿠션, 패브릭 등도 흡읍재의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노출천장은 동굴같은 개방감과 웅웅거림을 만들어주고, 요새 유행하는 에폭시 바닥재나 대리석, 예전 학교 바닥에 깔렸던 대걸레로 밀던 바닥재(요새 유행이라는군요) 등은 이러한 소음을 반사시켜 증폭시킵니다. 심지어 요새 테이블과 의자도 대리석에 메탈을 사용하는군요.

여러번 관찰해보았습니다. 카페, 고깃집, 횟집, 각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등.
물론 술집과 음식점의 경계가 모호한 곳들이 많아 어딜 가서도 취해서 돌고래의 굉음을 내는 일행들이 꼭 있긴 합니다만, 개중에 비교적 조용해야 할 카페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이 소곤소곤 말한다고 하더라도 많아지면 공간 전체에 불유쾌한 소음이 가득차고 반향되어 여러 차례 귀를 때립니다. 공간 전체에 음향이 웅웅대다보니 사람들은 한층 더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이요'라는 소리의 옥타브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올라갑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실내공간 소음 증폭위원회 같은게 사회 곳곳에 설치되어 활동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차선책으로 저 혼자 식당이나 장소를 고를 때는 이런걸 따져보기도 합니다. 오히려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덜 시끄럽습니다. 최신 유행하는 브루잉 기법으로 커피를 내리는 맨하탄 스타일의 카페 같은 곳은 시끄러울 확률이 높습니다. 천장을 뜯어야 힙하거든요. 요새는 고깃집 같은데를 단체로 할 수 없이 가게되면 테라스 좌석이나 바깥에 자리가 있다면 일단 그 쪽으로 앉습니다. 또 사람이 몰리는 시간은 가급적 피하려 합니다.

슬프게도 가격대가 좀 나가는 식당일수록 조용할 확률도 큽니다. 제 주변에서 좀 '사는' 분들은 역시나 조용하고 대화가 가능한 곳들을 선호하십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 피할 수 있는건 아니라 얼마전 갔던 광화문의 한 특급호텔의 레스토랑조차도 어디 홍대나 연남동에서 마주칠 법한 최신 유행의 인테리어를 갖고 있어 저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내가 호텔에서 브런치를 먹으면서까지 이런 소음을 또 다시 참아내야 하다니.

이런 생각들을 주변과 나누면 매크로처럼 흔하게 돌아오는 답이
"그거 가게 주인들이 손님들 빨리 나가게 하려고 하는거 아냐?" 였습니다. 하지만 객단가가 낮은 카페에나 통용되겠지, 술집이나 횟집에서도 그러는걸 도무지 설명한 길이 없습니다. 술집은 애초에 시끄러운데 더 시끄럽고 대화도 안들리게 해서 손님을 내보내려 한다? 어제 방문한 횟집에서 더 절망적인 건 저와 가족들 외에 젊은이들은 가게의 배경소음에 굴하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술을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장이나 종업원들도 계산대나 매대에서 이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가 분명 올라갈텐데 다들 잘 버티는거 보면 소음에 대한 관용도가 유독 높은 사회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이런걸 어렴풋이 느꼈는데 이 글을 읽고 아 맞다 하실 분 있을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니가 그냥 예민한 인간이다...라면 슬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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